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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아빠가 안방에 들어가면 엄마는 식탁에 앉아 한참동안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아빠가 내중 누워있던 파란 소파를 청소한 후 마룻바닥에 이불을 폈다. 리모콘을 잡은 엄마가 TV를 틀면 난 방에서 놀고 있다가 엄마 옆에 누워 함께 TV를 봤다. 눕는 시간은 11시, 잠이 드는 시간은 2시 언저리였다. 그 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아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. 

 얼마 전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 이야기를 조금 했다. 그리고 아빠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당시 그 세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. 엄마는 리모콘을 잡은 그 시간만이 아빠에게서, 그리고 생활고에서 자유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. 정말로 잠들기 싫어서 버티고 버티다가 잠이 들곤 했다고. 그러다보니까 생활 패턴도 야행성으로 바뀌더라고. 덤덤하게 곱씹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썩 즐겁지는 못한 기억을 말할 때, 엄마는 항상 입을 조금 늘어뜨린다. 

 주말에 가족이 없을 때 비로소 리모콘을 잡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미국의 가정주부들은, 그 시간만큼은 가사노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쌓았다. 앤 그레이는 이를 제한된 형태의 저항으로 봤다.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, 과연 앤 그레이가 얼마만큼 그 시간을 슬프게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. 일단 난 슬프다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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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자호